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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은 도구를 쓰는데, 왜 어떤 사람은 다를까

같은 Claude Code를 쓰는데 왜 어떤 사람은 다를까 — Nitro Seoul 패널에서 본 생산성의 갈림길, 제약 설계, 그리고 시니어의 의미.

목차

Nitro Seoul 패널에서 창업자 두 명이 같은 도구를 쓰면서 생산성이 갈리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Claude Code를 구독하고 있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누군가는 6달 걸릴 일을 2달에 끝내고, 누군가는 같은 시간을 써도 어딘지 모르게 뒤처진 느낌이 든다. 도구를 쓰는 방식이 아니라 도구를 생각하는 방식에서 이미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같은 도구를 사용함에도 사람에 따라 생산성이 갈리는 지점에 대해 물었을 때, “AI의 한계를 잊었을 때”라고 했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생산성이 튀는 경험을 한 번씩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순간의 공통점은 이거는 얘가 못하겠지라는 판단을 멈췄을 때였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AI에 대한 한계 인식이 곧 나의 한계가 된다. 그러니까 일단 시켜봐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가려 하는지 따라가 보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역으로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다른 창업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프로토타입은 30분이면 나온다. 그게 제품이 되려면 인프라부터 DB 모델, UI, 호스팅까지 복잡성이 전혀 다른 층위에서 엮인다. 이 복잡성을 에이전트에게 병렬로 맡기려면 의존성 그래프부터 제대로 짜야 한다. 그냥 순서대로 하나씩 맡기면 3배 더 오래 걸린다. 설계를 먼저 쪼개고, 그다음에 에이전트들에게 동시에 던지는 것이다. 그게 2달과 6달의 차이였다고 했다. 이걸 들었을 때도 역시 사람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갈리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정답은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그에 따르는 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제약이 자유를 만든다

흥미로운 건 이 사람들이 AI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게 아니라, 더 단단한 제약을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는 점이다.

파이썬으로 서버를 짜면서, 모든 기능을 하나의 중앙 목록에 등록하도록 강제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파이썬은 자유도가 높아서 어디든 원하는 대로 코드를 둘 수 있는데, 그러면 AI가 이미 만들어둔 기능이 있는지 모르고 같은 걸 또 만든다. 중앙 목록을 거치게 해놓으니 “어, 이미 있었네” 하고 재사용하게 된다. 느슨하게 두면 AI는 비슷한 걸 이곳저곳에 흩뿌린다. 규칙을 빡빡하게 잡아놓는 게 오히려 AI의 실수를 줄이는 장치가 된 거다.

PR을 머지하기 전 루틴에 대해 물었을 때도 비슷한 철학이 보였다. 정적 테스트는 기본이고, 동적 테스트도 이제는 에이전트가 짜주니까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이 피처를 나중에 되돌릴 수 있는가. 원웨이 도어 결정들, 한번 배포하면 빼기 어려운 구조들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유저 반응이 별로면 당장 빼고 다른 방향으로 틀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안 되는 구조라면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빠르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속도의 일부라는 이야기다.

시니어가 한다는 것의 의미가 바뀌었는가

패널이 끝날 무렵 이 질문이 나왔다. 코드를 잘 짜는 사람이 시니어가 아니라는 건 어쩌면 원래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더 명확해졌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시니어가 하던 일—팀원들이 같은 환경에서 일관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설정하고, 짜온 것들을 읽고 검수하고, 아키텍처를 결정하는 것—이 달라진 건 없다고. 다만 예전엔 주니어 개발자들에게 시키던 것을 이제는 에이전트한테 시킨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다섯 가지 접근법으로 워크트리를 다 돌리고, 결과물을 비교해서 머지하는 식으로.

반면 개발자로 일한 적이 거의 없다는 다른 창업자는 시니어/주니어 프레임을 아예 비켜갔다. 그 대신 메타인지를 이야기했다. 내가 지금 뭘 알고 있고, 뭘 할 수 있고, 뭘 모르는지. “AI는 멀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프롬프트를 보면 사람 시켜도 절대 못 할 말들이라고 했다.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서 결과를 기대한다. 내가 Claude였어도 그 말을 듣고 그걸 만들 수 없다면, 기획이 아직 덜 된 것이다. 다시 기획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니어 개발자 출신의 창업가는 4.5가 처음 나왔을 때 경력에서 쌓은 자부심 같은 것이 흔들렸다고도 말했다. 지능은 추월당했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고, 그 쇼크 이후로 계속 생각하는 것은 AI가 못하는 걸 더 찾고, 이해 영역을 넓히고, 어떻게든 맞짱 깔 사람이 되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 해볼 것이라고.


취향을 AI가 아직 넘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나는 이 말이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취향이 뭔지 와닿게 설명하지도 않고 AI가 못하는 영역을 뭉뚱그려서 취향이라고 부르고 넘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 섞인 마음이 있다. 이것에 대한 담론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글은 Nitro Seoul 패널에서 들은 창업자 두 분의 이야기를 정리한 기록입니다.